공포와 세뇌의 추억…‘박정희 헌정 교과서’ 폐기해야

e매일뉴스 기자 2020-05-21 21:49:32

1. 폭압을 견디지 못한 존슨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공화국’을 세운다. 책략가인 돼지 스노볼은 두 다리로 걷는 짐승을 적으로 선포하며 인간처럼 침대에서 자서도, 술을 마셔서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도 안 된다며 7개 조항의 ‘동물헌법’을 선포한다. 이 헌법의 기본 정신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돼지 나폴레옹은 아담이 그랬듯 달콤한 우유와 사과를 맛본 뒤 타락한다. 경쟁자인 스노볼을 몰아내고 독재를 한다. 전위 조직은 웅변가이자 선전담당인 돼지 스퀼러와 젖먹이 때 어미 품에서 강제로 떼어내 그의 명령만 따르도록 훈련시킨 사나운 개들.

하지만 돼지 나폴레옹은 아담이 그랬듯 달콤한 우유와 사과를 맛본 뒤 타락한다. 경쟁자인 스노볼을 몰아내고 독재를 한다. 전위 조직은 웅변가이자 선전담당인 돼지 스퀼러와 젖먹이 때 어미 품에서 강제로 떼어내 그의 명령만 따르도록 훈련시킨 사나운 개들.

나폴레옹은 돼지우리가 아닌 존슨 집에서 기거하며 옷을 입고 침대에서 자며 술을 마신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인 인간들과 상거래를 시작한다.

동물들은 나폴레옹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스퀼러의 교묘한 말에 속아 넘어가고, 말꽤나 하는 동물들은 개들에 물려 죽는다. 그러는 사이 동물헌법은 슬그머니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는 안 된다 ▲다른 동물을 ‘이유없이’ 죽여서는 안 된다 등으로 바뀌고,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는 슬로건이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기존 교과서에 있던 5·16쿠데타 당시 선글라스를 낀 박정희 장군 사진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군의 발포 사진 등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2. 30년도 훨씬 넘은 국민학교(당시에는 초등학교란 명칭이 없었다) 4학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은 교과서 첫머리에 인쇄된 ‘국민교육헌장’을 암기하라며 숙제를 내주셨다. 아직 어렸던 우리들은 ‘중흥’이니 ‘공영’, ‘약진’이란 단어 등이 생소했지만 무조건 외워야만했다. 담임선생님은 70명에 달하는 모든 학생을 불러 시험을 봤고, 탈락한 아이들은 수업시간이 끝나고 늦게까지 남아서 외우거나 체벌을 당했다.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사상교육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됐다. 학생들은 사회나 국사 교과서에 실린 유신의 정당성이나 새마을운동의 성과, ‘정의사회 구현’ 등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의 치적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암기해야 했다.

이런 우민화(愚民化) 교육 탓에 대학에 들어가서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행적과 개발독재, 5·18광주민주화운동, 12·12쿠데타 등의 실상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공포(恐怖)와 세뇌(洗腦). 독재국가나 전체주의에서 국민을 통제할 때 쓰는 핵심적인 도구다. 나폴레옹이 스퀼러와 개들을 동원해 말과 오리, 염소 등 다른 동물들을 노예로 만들었듯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은 정보기관과 검찰, 경찰 등을 동원해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켰고,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자신들의 치적만 강조한 ‘국정 교과서’를 앵무새처럼 읊조리게 만들었다.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11월28일 공개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지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사교사 2000명이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한데 이어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학교 현장 적용을 거부했다. 갤럽의 여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부쳤다.

과연 누구의 혼이 비정상적인가? 독재자인 아버지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박 대통령 혼자서 정상이고 5000만 국민 모두는 비정상적인 ‘개·돼지’들인가?

박 대통령이 생각하듯 국민은 우매하지 않다. 공포에 몸서리치고 세뇌를 당하지만 끝내 떨쳐 일어난다.
역사적 사실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미화한다고 해서 그리 되는 것도 아니다. ‘박정희 헌정 교과서’는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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