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합의 번복한 세입자도 명도소송 가능

조기 계약해지에 합의했다면 법률상 합의 날짜가 계약 종료일
e매일뉴스 기자 2023-02-06 15:57:11

# “2년 후 실거주를 계획하고 세입자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실거주할 사정이 생겨 세입자에게 미리 집을 빼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문제는 세입자가 마음이 바뀌어 본래 계약이 끝날 때까지 거주하겠다는 겁니다. 이 경우 저는 본래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요?”

흔한 일은 아니지만, 주택 임대차에서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 세입자와 집주인 간 합의로 계약이 조기에 끝나는 경우가 있다. 합의로 인한 조기 계약 해지는 법률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합의 당사자인 세입자가 합의 사항 무효를 주장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6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임대차 관계에서는 계약 당사자의 합의가 법률을 앞서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서로 간 합의로 계약이 조기에 해지된다면 계약서상 계약 날짜가 남아 있더라도 법률상 합의 날짜가 효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세입자가 마음이 바뀌어 조기 해지 번복을 한다면 법률상 근거가 없어 집주인은 명도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명도소송이란 건물주가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명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소송 기간 통계에 따르면 가장 오래 걸린 소송은 21개월, 가장 짧은 기간은 2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명도소송 절차 기간은 4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계약해지 합의에서 흔히 발생하는 분쟁에는 당사자 중 한 명이 합의를 번복하며, 본래 계약서상 내용을 지키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엄 변호사는 “이미 합의된 사항을 한사람이 독단적으로 번복하는 건 법률상 타당하지 않다”며 “물론 주택 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과 세입자는 계약서상 표기된 계약 기간을 지켜야 하지만, 서로 간 합의가 있다면 합의 사항이 법률을 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본래 계약서상 계약 기간은 1년이 남았지만, 서로 간 합의로 6개월 전 계약해지를 하기로 했다면 법률상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날은 6개월 전이 된다는 말. 따라서 세입자는 합의된 날짜에 집을 집주인에게 반환해야 하는 명도의무가 생기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위법에 해당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반면 세입자는 본래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 관계에서는 의사 합치가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

가령 A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고 B가 이에 동의했다면 의사 합치로 본다는 말. 이후 B가 이를 번복하기 위해 다른 조건을 제시했지만, A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사 합치가 되지 않았기에 법적인 효력이 생기지 않고 합의된 부분만 효력이 생기는 원리다.

다만 서로 간 합의로 계약이 조기에 해지될 때는 집주인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엄 변호사는 “이 경우 서로 간 합의가 되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며 “만약 합의에 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 법원에서는 계약서상 기간을 우선하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합의에 대한 증거로는 합의 시 나눴던 ▲통화녹취 ▲카톡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하고 계약서상에도 합의에 대한 부분을 남겨 당사자가 각각 서명을 남기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해 소송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 이에 관한 대비도 필요하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 동시이행이란 동시에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집을 반환해야 하는 명도의무가 있고 집주인에게는 전세금반환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세입자가 소송절차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는 것.

이 경우 집주인은 공탁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공탁이란 보증금을 공탁 기간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고의로 보증금을 받지 않고 있지만, 법률상 지정된 기관에 보증금을 임시로 맡김으로써 집주인의 보증금반환의무를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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