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이중적 ‘국가 안보’…宣祖 전철 밟나

구글엔 지도 반출 거부…안보 위험에 더 치명적인 일본과 군사정보협정국군 배치 현황 등 요구할 듯…우경화 치닫는 아베 정권 믿을 수 있나
이경아 기자 2020-05-21 18:20:38

 

[이매일뉴스] 예나 지금이나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보 자산을 많이 가질수록 상거래나 전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정보를 소홀히 취급해 국난에 처하거나 망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유성룡의 징비록. 문화재청 홈페이지

정보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임진왜란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시대(戰國時代)를 통일하고 1585년 간파쿠(關白) 자리에 오른 뒤 다이묘(大名)들에게 줄 영토 부족과 반대파의 힘을 약화시키고 통제하기 위해 중국과 조선 정벌을 계획했다. 일본의 야욕은 전해졌지만 조선 조정은 이를 무시했다. 조선은 일본의 계속된 요청으로 선조 23년(1590년) 3월6일 상사 (上使) 황윤길, 부사(副使) 김성일 등을 통신사로 파견하면서 일본 정세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삼으려 했다.

그러나 조선은 통신사 파견에서 얻은 중요 정보를 허투루 여겼다. 파견 1년만인 선조 24년(1591년) 봄 황윤길은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반드시 병화(兵禍)가 일어날 것’이라며 일본 정세를 담아 장계를 올렸다. 하지만 어전 회의에서 김성일은 “신은 그런 기미를 보지 못했습니다”라며 황윤길과 정반대로 보고해, 조정의 의견이 두 갈래로 갈렸다.

더욱이 황윤길이 가져온 왜서(倭書)에는 ‘군사를 거느리고 명나라로 쳐들어가겠다’며 정명가도(征明假道) 의도를 밝혔는데도 조선을 이를 애써 무시했다(징비록).

조선은 변방 사정에 밝은 사람을 뽑아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 삼도(三道)를 방비하게 하고, 성을 축조하는 등 일본을 경계했지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결국 1592년 4월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불과 20일 만인 5월3일 한양이 함락됐다.

유성룡은 지도에 담긴 정보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한 인물이다. 명나라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8개월만인 1592년 12월 4만여명의 군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동안 군사 작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성룡은 총사령관인 이여송 제독에게 면담을 요청한 자리에서 소매 속에서 평양지도를 꺼내 지형이며 군사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여송은 경청하며 유성룡이 설명한 곳마다 붉은 글씨로 표시를 해 두었다(징비록).

이여송은 유성룡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조선 관군과 함께 승군(僧軍)과 연합하여 1593년 1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점령하고 있던 평양성을 함락시켰다.

◆논란 속에 한민구 국방부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공개로 2급이하 군사비밀을 공유하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서(GSOMIA)에 사인하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



정부는 11월18일 구글이 요구한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오랜 논란 끝에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안보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

하지만 정부는 불과 닷새 후인 23일 지도 반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안보 위험에 치명적일 수 있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득보다 실이 많은 조약 체결을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를 도저히 알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반발이 거세지면서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진출 내지는 통제다. 일본은 자신들의 최대 위협국으로 북한과 중국을 꼽는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면 실시간 뉴스를 방송할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쏟는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우경화다. 일본은 2006년 10월 북한의 ‘도쿄 불바다’ 발언 이후 미사일 공격 징후만 보여도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적기지공격론’을 세웠다. 아베 정권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헌법까지 뜯어 고치려 하고 있다. 만약 일본이 자국 안전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한다면? 생각한 해도 소름이 돋는다.

과연 이런 생각이 기우일까?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은 GSOMIA 체결 다음날인 24일 ‘일본이 유사시 일본인 철수를 위해 한국군 배치와 공항·항만 정보 등을 요청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왜 일본이 우리나라 군 배치 현황 등의 정보가 필요한가? 한반도를 손금 들여다보듯 보면서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닐까?

조선은 일본의 침략 징후를 파악하고도 이를 경시하다 7년간 전 국토가 유린되는 참화를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진왜란의 교훈을 잊을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국가 중요 정보를 일본에 통째로 넘겨줄 수 있을까? 화를 자초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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