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태평관 터 자리 잡은 후 ‘승승장구’

‘최순실 게이트’ 등 각종 악재 뚫고 비상할지 관심
이수룡 기자 2020-05-21 22:00:31

 

부영은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성장했다. 주택과 토목, 해외건설 등 포트폴리오가 확실한 대형건설사들은 임대주택 사업만 하던 부영을 동종업계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분양 위주인 주택건설 전문 업체도 부영을 경쟁자라 여기지 않았다.

부영은 로고에서도 ‘촌스러움’으로 튄다. 다른 건설업체는 회사 가치나 영문으로 로고를 만들어 사용하지만, 부영은 원앙새 한 쌍을 내세우며 아파트 이름도 ‘사랑으로’를 쓰고 있다. 매년 회사 안팎에서 쑥덕공론이 일면서 임직원들이 산뜻한 로고와 아파트 명 교체를 건의하지만 이중근 회장은 검토 끝에 언제나 ‘원앙새’와 ‘사랑으로’를 고수한다.

◆부영 로고


부동산 업계에서 ‘3류 건설사’로 인식되던 부영이 어느새 건설업계 강자로 떠올랐다. 비결은 다른 건설사들이 초기 자금 부담이 커 쳐다보지도 않던 임대 아파트사업.

1983년 삼신엔지니어링으로 출발한 부영은 1994년 12월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가구당 3000만~4000만원 정도 지원하는 최장 20년 장기 저리(연 2~3%)의 국민주택기금을 끌어다 임대아파트 사업에 올인한다. 부영이 올해 12월 현재 공급한 임대아파트는 26만4961가구에 이르고, 현재 차입금이 3조1700억원에 달한다.

◆부영은 태평관 터 인근인 동아건설 사옥을 매입해 본관으로 사용한 2004년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영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길지(吉地)인 동아건설 사옥을 553억원에 공매로 낙찰 받아 본사 사옥으로 사용한 2004년 이후다. 부영 본관 사옥 터 부근은 중국 사신의 숙소인 태평관이 있던 곳이다. 태평관 터 표지석은 대한상공회의소 옆 건물이며 부영 본관 바로 앞인 퍼시픽타워에 있었지만 사대주의 사상이라는 비판 등이 일면서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태평관은 한양 천도 이듬해인 1395년(태조 4년 윤9월) 장정(丁夫) 1000명을 동원해 지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조선의 왕은 중국 사신이 오면 경복궁이 아닌, 군신을 인솔해 태평관으로 와서 연회를 베풀었다(조선왕조실록).

부영이 새 사옥으로 이사하면서부터 급성장한 사실은 자산과 매출 증가로도 확인된다. 부영그룹의 자산은 2006년 3조4635억원, 매출 6157억원에서 2016년 자산 20조4407억원, 매출 2조2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재계 순위도 2006년 46위에서 10년 만에 21위(공기업 포함)로 껑충 뛰었다.

부영은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세와 임대에서 분양으로 전환해 쌓아 놓은 엄청난 ‘실탄’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의 강자로 떠올랐다. 부영은 2011년 2월 대한전선에서 무주 덕유산리조트를 인수한데 이어 2012년 삼환기업의 소공동 주차장 부지(1721억원), 2015년 인천시 옛 송도 대우자동차 부지(3150억원)를 사들였다.

부영의 M&A는 올해도 이어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과 삼성화재빌딩, 태백 오투리조트, 인천 포스코건설 사옥 등 1조5000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이중근 회장의 개인 재산도 급증하고 있다. 포브스 조사 결과 이 회장의 재산은 2014년 17억달러(세계 1046위)에서 2016년 23억달러(810위)로 증가했다. 올해 기준으로 이 회장의 재산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19억달러, 959위)과 구본무 LG그룹 회장(17억달러, 1067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4억달러, 1275위)보다 많다.

부영이 길지에 자리 잡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부영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에서 올해 1000억원 세금을 추징당한데 이어 이중근 회장이 2월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안종범 당시 청와대경제수석 주재 K스포츠재단 회의에 참석해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 저희가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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