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裨補) 설치해도 불행 계속되는 아스테리움서울

이수룡 기자 2020-05-21 22:20:22

코끼리 네 마리로도 부족…입주사 ‘저주’ 언제 풀릴까

외환위기로 한국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던 2001년 STX그룹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한 STX그룹은 (주)STX를 지주회사로 하면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STX팬오션 등을 계열사로 두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STX그룹은 불과 12년에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서울역 앞 서향(西向) 빌딩에 입주한 기업은 망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실제로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갑을그룹은 1998년 7월 주력인 (주)갑을과 갑을방적이 워크아웃에 들어서면서 그룹이 해체됐고, 용산역 앞 코끼리 모양 사옥으로 유명했던 한일그룹도 1998년 6월과 9월에 각각 한일합섬과 국제상사가 부도를 내면서 같은 길을 걸었다.

또한 서울역 앞 붉은색 건물로 위용을 자랑했던 대우그룹도 1999년 해체됐고, 인근인 게이트웨이타워를 사옥으로 사용하던 벽산건설도 2014년 4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갑을빌딩(좌)국제빌딩(우)

◆대우빌딩(좌)벽산빌딩(우)

◆대우빌딩(좌)벽산빌딩(우)


기업들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2013년 6월 수백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252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좌로부터 대우빌딩, 벽산빌딩, STX빌딩, 그 뒤편에 CJ빌딩이 있다.

동부건설은 2013년 9월 동자4구역을 재개발해 신축한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에 입주하며, 여분의 공간을 산업은행 계열사인 KDB생명에 임대주길 희망했다. 하지만 ‘괴담’이 문제였다.

동부건설은 풍수지리학자에게 문의한 결과 건물이 위치한 곳이 백호(白虎) 기운이 강해 이를 누를 수 있도록 현관 앞에 비보(裨補·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로 코끼리상(像)을 설치했다.

KDB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입주를 했지만 안심이 안 되었던지 동부건설이 설치한 코끼리보다 더 큰 코끼리 한 마리를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터가 너무 강해서인지 동부건설은 2014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2016년 6월 키시톤PE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인수한 뒤 3000억원을 증자하며 이름을 KDB생명으로 바꿨다. 산업은행은 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벌써 3번이나 실패했다. 이러는 사이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에 놓인 코끼리는 새끼를 치듯 4마리로 불어났다.

과연 몇 마리의 코끼리를 더 가져다 놓아야 ‘저주’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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