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초사옥은 ‘물폭탄’ 자리?

이경아 기자 2020-05-21 22:26:27

저지대라 물 빠져나갈 곳 없어…‘명당’ 논란

서울 강남의 삼성서초사옥처럼 논란이 많은 곳도 드물다.

많은 풍수전문가는 ‘명당’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통풍수지리학회 고제희 회장은 2013년 12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타운은 관악산 지맥이 우면산을 거쳐 입수한 곳으로 남쪽(우면산), 동쪽(역삼역 일대), 서쪽(서초동 법원 일대)이 모두 높고 북쪽이 낮다. 즉 삼면에서 모인 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에 유입되는 터다. 여러 계곡의 물이 한 곳에 모였다가 천천히 흘러나가니 부귀병발(富貴竝發‧재산과 지위가 한꺼번에 높아진다)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우면산은 소가 누워 있는 ‘와우(臥牛)’ 형태라 누워서 밥을 먹을 정도로 재물이 풍성한 곳이다”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길지가 아닌 흉지(凶地)라고 말한다. 박민찬 도선풍수과학원장은 지난해 7월 주간한국에 “삼성강남사옥 터는 풍수상 기(氣)기 빠져나가는 곳으로 짧게는 5년, 그리고10년 안에 큰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 회장의 말처럼 삼성서초사옥은 물이 모이는 곳이다. 하지만 지대가 낮아 물이 빠져 나갈 곳이 없다. 고 회장은 북쪽인 논현고개가 높다는 점을 간과했다.

거창하게 풍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물이 찬 지역은 시신이 썩지 않아 묘 자리로 쓸 수 없고, 수맥의 영향으로 집을 짓고 살수도 없다.

실제로 삼성서초사옥이 있는 강남역 인근은 홍수에 취약하다. 강남역 일대는 2001년에 이어 2011년 7월29일 시간당 72㎜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바다로 변했다. 침수피해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2015년 12월10일 ▲강남역 인근 역경사관로 흐름개선(고지대 역삼동~강남역 하수관로에 분리벽 설치해 빗물 분산) ▲용허리 빗물 저류조 유입관로 추가 신설(저지대 아파트 빗물 처리 범위 확대) ▲고지대 빗물유입시설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했다.

https://youtu.be/nJkz7iJdzkc

삼성서초사옥이 자리 잡은 강남역 일대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이 부근을 지나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강남대로에서는 야쿠르트빌딩과 교보강남타워 사거리, 한국씨티은행 양재지점 부근이 높고, 테헤란로에서는 역삼역 아가방빌딩 부근이 제일 높고 강남역 부근이 낮다. 서초동 법조타운 지역도 높은 곳이다. 결국 삼성서초사옥은 저지대에 자리 잡아 ‘물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풍수에서 물(水)은 재물로 보고, 물이 들어오는 곳을 길지로 분류한다. 특히 두 개의 물길이 합쳐지는 곳은 좋은 기운이 흐른다며 명당으로 본다. 그러나 물이 세차게 흐르고, 빠져 나가지 못하는 곳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흉지라 여긴다.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특검 조사를 앞둔 이 부회장의 ‘굴욕’도 태평로 삼성본관 건물 등을 매각하고 삼성서초사옥을 지키려는 일련의 과정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과연 물폭탄 자리에 삼성생명 등 돈을 주관하는 금융계열사를 집결시킨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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