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돈 버는 ‘빚테크’ 이젠 끝나나

이수룡 기자 2020-05-22 02:46:39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년5개월간 이어져 온 최저 기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에서 꾸준히 시장에 ‘인상 예고’를 한 터라 금융권이나 부동산 업계에서 받은 충격은 거의 없는 듯하다. 하지만 0.25%의 금리인상으로 가계 이자부담만 연 2조3,000억원 늘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제2, 제3금융권으로 몰리는 가계 부채 질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내년에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1.25%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6년 6월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뒤 1년5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수출 증가세가 견고하고 국내총생산(GDP)도 성장하고 있어 이 같은 최저 금리시대는 다시는 안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들의 금리인상이 잇따를 것이다. 우리은행은 12월1부터 당장 정기예금과 적금 상품 금리를 최고 0.3%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제2금융권인 SBI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 등도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인상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금리는 변동금리형은 2.9%~4.5%, 고정금리형은 3%초반~4.8%대에 있다. 이 같은 금리 상승은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재건축•재개발 등 투자용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집값 상승의 주범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빚내서 집을 사라”며 ‘빚테크’를 주장했다. 이로 인해 강남발 재건축 시장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으로 확대됐다. 수천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가 성행해 집값 교란의 주범이 됐다. 금리인상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집값 인상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은 부동산 거래도 둔화시킬 전망이다. 금융비용 상승은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7월 1만4,561건에서 8월 1만4,751건, 9월 8,343건, 10월 3,807건으로 8•2대책 영향으로 급감하고 있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거래량 감소 추세는 이다.

금리인상은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들의 주택 수요도 위축시킬 것이다. 이들은 50대 장년층보다 대출의존도가 높다. 정부에서 이들을 위해 임대주택과 특별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입주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도움은 안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리가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 급락 같은 이변은 없을 전망이다. 이는 금리인상 폭이 크지 않고,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시장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에서 예고성 ‘경고’를 몇 차례에 걸쳐서 했기 때문에 충격이 별로 없다.

더욱이 지금의 금리 수준은 매우 낮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집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정부는 강남과 서초, 송파, 양천, 분당, 평촌, 용인을 ‘버블세븐’이라며 집값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 당시 기준금리가 5%가 넘는다. 여기에 비하면 현재의 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금리인상은 부동산에는 악영향이지만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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