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터지는 악재에 추락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2008년 신사옥 이주 후 그룹 ‘와해’…박삼구 회장 경영 실패
유동성 위기로 사옥 매각…‘기내식 대란’에 하청업체 대표 자살까지
직원들, 박 회장 갑질 폭로 예고…내년 이사하면 안정화 되려나
이경아 기자 2020-05-22 03:15:19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속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자마자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제국’이 와해됐고, 천신만고 끝에 그룹을 재건했지만 최근 ‘기내식 사태’가 터지면서 박삼구 회장 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몰락은 분명 박 회장의 경영 실패지만 호사가들은 사옥 터를 잘못 잡아서 일어난 사단이라고 말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난은 2008년 신사옥 이주 때와 일치한다. 조선시대 훈련도감 자리(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75)에 자리 잡았던 금호아시아는 대우건설에 이를 내주고 길 건너편인 ‘새문안로 76’으로 둥지를 틀었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세계 경제 위기가 덮치면서 M&A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 금액보다 싸게 매각해야 했고, ‘형제의 난’으로 금호석유화학이 떨어져 나갔다. 유동성 부족으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사실상 가족회사’인 금호기업을 설립해 워크아웃 6년만인 2015년 12월 금호산업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박 회장은 ‘제국 재건’에 의지를 불태웠지만 그의 운은 딱 여기까지였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 했지만 채권단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비용항공사의 급성장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보복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박 회장은 지난 4월 도이치자산운영에 금호아시아나그룹 본관을 418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아시아나항공 단기차입금 상환에 쓴다는 계획이다.

그룹 본관이 매각되면서 입주한 27개 계열사는 뿔뿔이 흩어질 처지에 놓였다. 먼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이 김포 쪽으로 옮길 예정이다. 에어서울은 2016년 출범 후 금호아시아나 본관 1개 층을 사용했지만,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임대료가 싼 김포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중국 더블스타에 팔린 금호타이어도 세종로 인근 빌딩으로 곧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임대 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전까지 본관을 비워줘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옛 사옥인 현 대우건설 빌딩 등을 후보군으로 놓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우건설 빌딩 터는 우백호인 인왕산의 기를 받아 좋은 터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불운은 사옥 매각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업체 변경이 그룹 이미지 실추는 물론 박 회장 자신의 퇴진론으로 이어지면서 비수(匕首)가 되고 있다. 일종의 나비효과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에 이은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고난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직원들이 오는 6일부터 이틀간 광화문에서 박 회장의 갑질 폭로 집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갑질이 폭로되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처럼 박 회장은 한동안 심한 홍역을 앓을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삼구 회장의 고난은 언제 끝날까? 내년 2월 기(氣)가 센 본관을 떠나면 그간의 어려움을 털고 비상(飛上)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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