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현대그룹 전철밟나

알짜자산 매각에 이어 오너 일가 사재 출연 필수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로 현대그룹 중견기업 전락
이경아 기자 2020-05-22 15:59:53

100년 기업인 두산그룹이 백천간두에 서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구조 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는 길어 험난하다. 일각에서는 두산그룹도 현대그룹처럼 알짜 자산 대거 매각, 오너일가 사재출연 등을 거쳐 그룹이 급속도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지난 5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세계 최초 상업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산퓨얼셀과 전자·바이오소재 사업체인 두산솔루스와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모트롤BG(사업부문),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위치한 클럽모우CC 등을 매각키로 했다.

두산 측은 그룹의 사옥인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까지 매물로 내놨다. 두산타워의 가치는 8000억원대로 알려져 있지만 두산그룹이 자산을 팔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 제값을 받을지 의문이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팔수 있는 것은 다 판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한국시리즈에서 6차례 우승한 두산베어스도 매각 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문이다. 두산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알짜 기업을 팔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만기도래하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 4조2000억원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우량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이 어디까지 자산매각을 요구할지가 관건이다.

두산그룹은 이번 자구안에서 오너일가의 개인재산 출연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6년 2월 유동성 위기를 겪은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출연한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궈단과 재무구조 개선 협의를 거치면서 현대증권과 벌크전용선사업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알짜 사업을 대부분 매각하면서 대기업에서 자산가치 5조원에 들지 못하는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들었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결국 두산그룹으로 이어지면서 현대그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현대그룹이 가진 알짜 자산 매각과 회장 개인재산 출연 등 채권단에 ‘탈탈’ 털렸다”며 “두산그룹도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은 버릴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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