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공항 확장해야 백두산관광 길 열린다

해발 1300m 고원에 위치 활주로 좁고 여객터미널 낡아 대규모 관광객 맞기 어려워
이경아 기자 2020-05-22 14:14:54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도로·철도 연결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삼지연공항 개발 사업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지연공항 개발은 백두산관광 활성화의 열쇠이기 때문에 남북 모두 관심이 큰 사항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백두산 등반을 꿈꾼다. 하지만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두산은 상상 속 ‘민족의 성산(聖山)’으로만 남아 있었다. 다행히 1994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백두산관광이 현실화됐다. 관광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해 10만명 이상이 백두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산을 북한 쪽이 아닌 중국 쪽으로 우회해서 오르는 백두산 관광에 대한 아쉬움이 커져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10월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다음은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유시민, 돌베개)’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김정일 위원장 : 현정은 여사하고 요전에 약속한 것 정세 때문에 길이 끊겼는데. 백두산관광 자꾸 해달라고. 금강산처럼 해달라 해서.
노무현 대통령 : 관광사업이든 무슨 사업이든 정부하고 합의를 해주십시오.(중략)
김정일 위원장 : 내가 말하는 것은 중국이 지금 본격적으로 최근에 백두산에 남쪽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노무현 대통령 : 해마다 10만명 씩 가는데. 우선 나부터 좀.
김정일 위원장 : 그래서 비행장 문제가 섰죠. 비행장만 되면 남측 사람들이 뭐하러 평양에서 왔다 다시 또 평양에서 비행기 타고 갈 필요가 있는가? 서울에서 직항으로 백두산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렇게 해야지 많은 돈을 중국에다 갖다 뿌리야겠나?
이재정 통일부장관 : 위원장님 아주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김정일 위원장 : 서울서 오렴 거기 와서 그저 숙식비만 내면 되는데, 비싸게 중국 갔다, 아마 서울항공이 중국에서 가 내리지 않고 백두산에는 못 가죠?
이재정 통일부장관 : 못 갑니다.
김정일 위원장 : 그것이 아마 중국 사람들이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그렇게 안 줄 겁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 : 사실 매년 10만명이 엄청난 돈을 중국에다 뿌리고 쓸데없이 자고, 그러고 하거든요. 인천에서 백두산까지 직항로로 해서 딱 가서 관광하고 돌아오게 하면 정말 얼마나 좋겠습니까?
김정일 위원장 : 글쎄 그렇게 하자구요. 현정은 여사보고 정부 당국하고도 토론해서 나중에 직항하라.
이재정 통일부장관 : 그렇게 확실하게 좀 해주시죠.
김정일 위원장 : 백두산관광도 합의서에 넣으십시오.
김만복 국정원장 : 예, 넣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 그럼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안 하겠는데. (웃음) 자기들 거기다 기지 다 빼고 했는데.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 지금 장백현에다 비행장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화를 토대로 10·4공동선언문 6항에는 ‘남과 북은 백두산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협력은 10·4공동선언문에 기초한다. 4·27판문점선언 1항6호에는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라고 이를 재확인했다.

백두산 관광의 최대 걸림돌은 공항이다. 백두산 기슭 해발 1300m 고원에 위치한 삼지연공항은 민간공항이라기보다는 군공항에 가깝다. 활주로도 3.3㎞짜리 한 면 밖에 없어 대형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2008년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고려항공을 타고 백두산 관광에 나섰다. 100여명이 고려항공에 올라 1시간쯤 후에 도착한 곳이 삼지연공항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삼지연공항은 침엽수림이 듬성듬성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원이라 어른 키 높이 정도의 관목정도만 자란다고한다. 9월이지만 백두산 지역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 가을의 끝자락인 듯싶었다.

비행기 트랩에서 활주로에 내리니 아스파트 피치가 매끄럽지 않고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삼지연공항 활주로는 2006년 우리 정부가 포장을 위해 물자를 지원했지만 부실공사로 추가 지원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공항 건물은 더욱 초라했다. 3층 정도 높이의 관제탑 옆에 여객터미널이 있었지만 남쪽 중소도시의 기차역 수준이었다. 공항 한쪽에는 미그기들이 도열하고 있어 천지연공항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규모 남쪽 관광객을 맞이하려면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확장뿐 아니라 도로 개선 사업이 필수적이다. 백두산으로 오르는 도로 폭이 좁고 포장률도 낮기 때문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