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 걷기 딱 좋은 동구릉

태조 건원릉 등 구경하면서 자연스럽게 삼림욕 즐겨
6월말까지 개방 휘릉~원릉 숲길 때죽나무 꽃비 장관
이경아 기자 2020-05-22 14:38:49

코로나19 사태로 운동량이 확 줄어들었다. 스포츠센터가 문 닫은 지 오래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꺼려지면서 뱃살이 처지는 등 몸에서 지방 축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보걷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은 도심 속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국민을 위로하고자 오는 6월 30일까지 구리 동구릉 숲길을 포함한 조선왕릉 숲길 9선을 개방한다는 발표에 귀가 솔깃해졌다. 이번에 문화재청에서 개방하는 조선왕릉 숲길은 ▲구리 동구릉 ‘경릉~양묘장’ 숲길 ▲구리 동구릉 ‘휘릉~원릉’ 숲길 ▲남양주 광릉 ’금천교~정자각‘ 숲길 ▲남양주 사릉 ’홍살문~능침 뒤편’ 숲길 ▲서울 태릉과 강릉 ’태릉~강릉‘ 숲길 ▲서울 의릉 ’천장산‘ 숲길 ▲파주 장릉 ‘능침 둘레길’ ▲파주 삼릉 ‘공릉 뒤편’ 숲길 ▲화성 융릉과 건릉 ‘융릉∼건릉 숲길’이다.

토요일인 16일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健元陵) 등 왕릉 9개가 모여 있는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을 찾았다. 주차장에는 차량으로 가득 찼지만 생각보다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평시에는 능을 관리하는 참봉이 지내며, 제사 때는 제관들이 음식을 만들었던 동구릉 재실.

매표에 10여분쯤 걸어 올라가니 평시에는 능을 관리하는 참봉이 지내며, 제사 때는 제관들이 음식을 만들던 재실(齋室)이 나왔다. 재실은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잘 관리되어 있었다. 정갈한 재실만 보고도 이곳이 조선의 왕과 비를 모셔 놓은 엄숙한 왕릉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왕릉으로 가는 길 양옆은 갈참나무와 소나무, 잣나무 등이 숲을 이뤄 걷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이 될 정도다.

먼저 이번에 공개된 휘릉~원릉 숲길을 걷기 위해 재실에서 왼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인조 왕비 장렬왕후릉인 휘릉에 다다르니 왼쪽 숲길에 가로 막고 있던 빨간색 목책이 내려져 있고, ‘동구릉 숲길 개방’이라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었다.

▲6월말까지 개방되는 휘릉~원릉 숲길에 있는 때죽나무와 종모양의 꽃. 숲에 바람이 불면 때죽나무 꽃비가 뿌려져 탄성이 절로 난다.

100여m를 걸어가니 왕릉이 아닌 완전한 숲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나무가 우겨졌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는 정도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영조정순왕후릉인 원릉까지 1.5㎞의 구간을 20여분에 걸쳐 걸었다. 숲속에는 여러 나무가 있지만 5~6월 종모양의 꽃이 피는 때죽나무를 볼 수 있다. 때죽나무 껍질은 짙은밤색이라고 하지만 검은 빛깔이 돌 정도로 검었다. 숲에 바람이 불면 때죽나무 꽃이 떨어지면서 흩날리는 꽃비가 내려 탄성이 절로 났다.

▲양묘장 가는 길가에 누워 있는 고사목. 뿌리부터 몸통까지 반 이상이 썩었지만 나머지 윗부분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 생명의 강인함이 묻어난다.

헌종과 왕비 효현왕후 김씨, 계비인 효정왕후 홍씨의 능인 경릉부터 양묘장까지 왕복 3㎞의 구간도 이번에 개방됐다. 원릉 인근인 경릉에서 양묘장까지는 완만한 경사로인데, 구간이 길어서 인지 휘릉~원릉 숲길보다 약간 힘이 들었다. 20여분을 올라가면 숲 한가운데 평지가 나오는데, 이곳이 동구릉에서 쓰는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이다. 여기서는 앵두나무와 잣나무, 소나무 등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구릉에서 쓰는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 앵두나무와 잣나무, 소나무 등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릉~양묘장 구간을 지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만보기에는 1만보 이상이 찍혀 있었다. 1시간 40여분의 숲 산책 시간은 코로나19에 지친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행복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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